단순 보관 업무에만 500원 수수료 폭리…택배기사들 "울며겨자먹기로 낼 수밖에"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송승윤 기자]
"박스 하나 배달하면 600원 남는데, 보관료로 500원을 내라고 하네요."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계명대학교에 택배를 배송하는 택배기사 A씨는 이 학교 기숙사를 방문할 때마다 쓴웃음을 짓는다.
학생들 2000여명이 생활하는 규모가 큰 기숙사라 배달물량은 많지만 배송 건당 수수료는 턱없이 적어서다.
통상적으로 택배 한 개당 택배기사에게 돌아오는 금액은 600~700원 내외.
하지만 계명대 기숙사인 '명교생활관'으로 오는 택배 배송료 수익은 개당 100원 남짓이다.
학교 측은 기숙사로 배송되는 택배의 분실 위험을 줄이고 학생들의 편의를 높인다는 차원에서 우편집중실(택배보관소)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택배업체가 택배 상자별로 책정되는 보관수수료를 고스란히 택배기사들이 부담하도록 하면서 정작 배송을 책임지는 택배기사들이 수익을 남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30일 계명대에 따르면 학교는 2010년부터 기숙사 관리동 1층에 우편집중실을 설치하고 특정 시간(평일 오후 5~7시)에만 학생들이 택배를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잇따른 택배 분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학생들의 무분별한 택배 수령 요청으로 인한 업무 과부하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학교 측은 B업체에 우편집중실 공간을 무상으로 임대해주고 택배 관련 업무를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B업체는 학교 기숙사 내 택배 보관 업무를 전담하는 대신 택배 업체로부터 한 상자 당 500원의 보관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낸다.
이 같은 형태의 계약은 계명대 기숙사를 출입하는 8개 택배 업체가 공통적으로 맺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택배 업체가 해당 수수료를 담당 택배기사에게 고스란히 전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소비자가 지불하는 택배 비용 2500원(개당) 중 택배기사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600~700원인 점을 감안하면 500원의 보관 수수료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특히 차량 유지비 등을 개별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지입 택배기사의 경우 사실상 수익이 없는 셈이다.
이 지역을 담당하는 한 택배기사의 경우 수입의 3분의 1가량을 보관 수수료로 상납하고 있다.
배송을 하는 입장에서 오히려 자신의 수익 일부를 내줘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해당 택배 업체의 지역대리점은 이전부터 해왔던 방식이라는 이유만으로 택배기사에게 모든 부담을 고스란히 떠넘기고 있다.
한 택배업체 대리점주는 "택배 기사가 원치 않으면 보관료를 내지 않고 직접 배송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기숙사 특성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이라 기사들이 보관료를 지불하고 있다"면서 "학교 측이 중재해 주지 않는 이상 타협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2&oid=277&aid=0004228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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