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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쓰고 싶은 날

때로 그런 날 있지.

나뭇잎이 흔들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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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으로 단풍잎이 우수수 쏟아져도

아무것도 안 보이는 그런 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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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아래 서서

은행잎보다 더 노랗게 물들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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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머리카락 생각 없이 바라보며

꽁무니에 매달려바람처럼 사라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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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족의 소음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그런 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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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을 벗어들고 모래알 털어내며

두고 온 바다를 편지처럼 다시 읽는

지나간 여름 같은 그런 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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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이는 은행잎 위로 또 은행잎 쌓이고

이제는 다 잊었다 생각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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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니 눈물이니 그런 것들이

종이 위로 번져가는 물방울처럼

소리 없이 밀고 오는 그런 날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