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줄처럼
?
한남자가 계단을 오르네
유난히 뒷굽 닳은
왼쪽 구두가 덜컹거리네
?
골목으로 뛰쳐나온 바람
서넛이 남자의 구겨진 재색 바지를
길쪽으로 잡아 당기네
?
기우뚱,
손잡이를 붙잡고
올라서는 무릎 근처
?
섧디섧은 흐느낌 소리 들리네
각진 계단 모서리에
가등빛 부서지네
?
새맨담에 등 댄
장미꽃이 그냥 웃네
남자는 몰랐네
?
슬픈 기억은 뒷굽부터
닳는다는것을
?
불규칙한 걸음이 남자가
어깨에 멘 연장보다 무거웠을까
?
남자의 굽은 어깨가
말라붙은 밥알처럼 굳어 있네
남자가 어깨를 추스릴때마다
?
연장 가방 밖으로 튀어나온
목공 톱자루가
꿈틀거리며 쟉크를 여네
?
쟉크 갈피에
구겨진 작업복이 꾸물꾸물 고갤 드네
찬바람에 헝클어진 남자의 머리카락이
?
어둠속에서 허우적거리네
보이지 않는 골목 끄트머리
남자의 척추가 흔들거리며
?
조심스레 내려놓는 발자국마다
서서히 눈을 뜨는 고단한 삶의 언어들
?
거기 휘청거리는 세간일들
흔들릴수록, 튕겨놓은
먹줄처럼 바로 걸으려
?
뒷굽보다 질긴 어둠속을 걸었네
대문 앞에 섰을 때
?
조각난 백열등 빛 아래,
드러나는 순하디 순한 아내의 수화로
?
부서지는 마른 밥알 같은
외로움 두어 다발
?
어느 새 대문까지 따라온 어둠이
뒤척이는 계단 아래
?
가등 어깨에 얹히는
별 빛조차 잠들지 못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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